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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Dial 106는 라디오 다이얼을 천천히 돌리다가 익숙한 노래 앞에서 손을 멈추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한국어 매거진입니다. 주파수를 맞추는 동안 들리던 잡음, 곡이 또렷해지던 찰나, 진행자의 목소리가 노래 위로 잠깐 겹치던 장면. 그런 감각을 글로 옮겨 한자리에 모아 두는 곳입니다. 음악은 흘러가 버리지만, 그 음악이 흐르던 시간과 공기는 기록해 둘 수 있다고 믿습니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있습니다. 이곳은 방송국이 아니라 매거진입니다. 제호에 들어간 106이라는 숫자는 옛 FM 시절의 분위기를 빌려온 상징일 뿐, 특정 방송사나 호출부호를 흉내 내거나 대신하지 않습니다. 송출도 하지 않고 편성표도 없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전파 그 자체가 아니라, 전파를 타고 흐르던 음악과 그 음악을 둘러싼 문화입니다. 그 차이를 처음에 또렷이 해 두어야 글을 읽는 분도 헷갈리지 않습니다.

왜 하필 숫자를 제호로 삼았는지 묻는 분도 있습니다. 라디오를 듣던 사람에게 주파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하나의 장소였습니다. 손끝의 감각으로 기억하던 자리, 거기에 맞추면 늘 그 음악이 흐르던 약속 같은 지점. 106은 그런 자리의 이름입니다. 어느 도시의 어느 방송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기억 속에나 하나쯤 있는 그 멈춤의 지점을 부르는 말입니다. 사람마다 그 숫자는 다를 테지만,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이던 마음만은 닮아 있습니다.

무엇을 다루나

중심에는 클래식 록이 있습니다. 라디오가 록을 집집마다 실어 나르던 시절, 한 장의 앨범이 통째로 전파를 타던 방식, 기타 리프 하나로 한 시대를 기억하게 만든 곡들을 이야기합니다. 음악만 따로 떼어 놓지 않고 그 음악이 흐르던 통로, 곧 라디오라는 매체와 묶어서 봅니다. 한 곡이 명곡으로 남는 데에는 곡 자체의 힘뿐 아니라 그 곡이 어떤 시간대에, 어떤 진행자의 손을 거쳐, 어떤 곡들 사이에서 흘렀는지가 함께 작용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차트 순위보다 그 곡이 놓였던 자리를 더 오래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라디오 문화도 큰 줄기입니다. 심야 방송의 적막, 사연을 읽어 주던 진행자의 호흡, 신청곡이 걸리기를 기다리던 마음, 방송이 끝난 뒤에도 귓가에 남던 시그널 음악까지. 사라진 듯 보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또렷한 장면들을 모읍니다. 라디오는 혼자 듣는 매체이면서 동시에 같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이 같은 곡을 듣는 매체였습니다. 그 묘한 동시성이 만들어 내던 연대감을 우리는 자주 들여다봅니다.

온에어 이야기에서는 마이크 앞에서 벌어지던 일들을 다룹니다. 생방송의 긴장, 말이 끊기던 순간의 처리, 사연과 음악을 잇는 솜씨 같은 것들입니다. 감상 가이드에서는 그 음악을 지금 어떻게 다시 들으면 좋을지를 짚습니다. 어떤 순서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들으면 그 시절의 결이 살아나는지를 안내합니다. 아카이브 노트는 흩어진 자료와 기록을 차곡차곡 정리해 두는 칸입니다. 작은 메모 하나도 나중에는 한 시대를 복원하는 단서가 되곤 합니다.

경품과 우연이라는 곁가지

라디오에는 늘 경품이 따라다녔습니다. 아홉 번째로 전화를 건 사람에게 표를 주고, 정답을 적어 보낸 엽서 가운데 추첨으로 선물을 보내던 풍경. 누군가는 됐고 누군가는 안 됐던 그 작은 우연이 듣는 재미의 한 축이었습니다. 당첨 확률 읽기에서는 이 추첨과 당첨이라는 일을 차분히 들여다봅니다. 운이 어떻게 갈리는지, 확률을 일상의 말로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를 부풀림 없이 풀어 둡니다. 들뜬 기분과 그 이면을 함께 보는 자리입니다. 당첨은 덤이고 즐거움이 본체였던 그 시절의 가벼운 마음을, 숫자의 눈으로 다시 짚어 봅니다. 설렘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설렘을 더 오래 건강하게 누리는 법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매거진인가

두 부류의 독자를 함께 생각합니다. 한쪽은 그 시절을 직접 지나온 분들입니다. 글을 읽다가 잊고 있던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면, 그것만으로 이 지면은 제 몫을 한 셈입니다. 다른 한쪽은 그 시절을 살지 않은 분들입니다. 손가락 몇 번으로 모든 곡을 부를 수 있는 시대에 자란 독자에게, 기다려서 듣던 음악의 무게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에게는 다시 꺼내 보는 자리가, 모르는 사람에게는 처음 듣는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옛것을 떠받들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쓸모 있는 감각을 함께 챙기자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지면을 읽는 법

꼭 첫 글부터 차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이 가는 제목 하나를 골라 들어와도 좋습니다. 한 곡이나 한 방송에서 출발해 그 곁의 이야기로 천천히 번져 가는 편이, 다이얼을 돌리다 우연히 한 곡에 멈춰 서던 라디오의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글마다 관련된 다른 글로 이어지는 길을 달아 두었으니 흥미가 생기는 대로 따라가 보시면 됩니다. 카테고리는 큰 갈래를 나눠 둔 것일 뿐 칸막이는 아닙니다. 클래식 록 이야기가 라디오 문화로, 다시 경품과 우연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엮어 두었으니, 한 갈래에서 시작해도 결국 옆 갈래와 만나게 됩니다.

편집 태도

우리는 몇 가지를 지키려 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사실인 양 쓰지 않습니다. 숫자를 부풀리지 않습니다. 어려운 말 대신 사람이 실제로 쓰는 말로 적습니다. 향수만 파는 글이 아니라, 왜 그 시절의 라디오와 음악이 지금도 들을 만한지를 보여 주는 글을 쓰려 합니다. 한 곡을 소개하더라도 그 곡이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들렸는지를 함께 적어, 읽고 나면 다시 듣고 싶어지는 글을 지향합니다. 틀린 곳이 발견되면 슬그머니 고치지 않고 어디를 언제 바로잡았는지 남깁니다. 그 정도의 정직함이 오래가는 매체의 바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라디오와 음악의 관계를 더 깊이 보고 싶다면 라디오와 클래식 록 페이지에서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제보나 정정, 기고가 있다면 문의 페이지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이얼을 106에 맞추던 그 손짓처럼 천천히 둘러봐 주세요. 익숙한 노래 한 곡이 다시 들리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